병원 및 의료계 소식

정보오픈시대의 병원위기관리 - 언론보도

하늘아래태양 2011. 9. 8. 08:44

얼마전 한 프로그램에서 임상시험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는 내용이 방송됐다. 여기서 일부 병원 사례는 병원 로고가 그대로 선명하게 노출됐지만, 다른 몇 개의 병원은 로고가 삭제된 채 조용히 방송이 나갔다. 로고가 삭제된 병원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터뷰에 응한 병원들이었다.
이처럼 부정적인 내용의 언론보도에 무조건 피하려 하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적극적인 대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부정적인 내용의 취재와 언론보도에 일단 숨으려고만 드는 대다수 병원들,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나가는 게 좋을까.

발뺌하면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 키운다
 
몇 년전 A병원에서 크진 않더라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환자들은 놀라 대피했고 마침 상주하고 있던 기자의 표적이 됐다. 불은 금방 진화됐지만, A병원에서는 큰 일이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무조건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해당 기자와 환자들의 증언으로 보도가 이어졌다. 은폐로 인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 손상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반면 B병원에서는 정전이 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홍보팀이 나서서 곧바로 정전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파악했다. 정전 발생시간과 당시 수술진행 건수, 응급실 환자수 등에 대해 자세히 기자들에게 설명한 결과 언론보도는 거의 없었다. 이후 시설의 노후화라는 원인을 파악하고 교체하면서 정전 사건도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A병원과 B병원은 위기 상황 대처에 따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느냐 아니면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해프닝에 그치느냐에 큰 차이가 있다. 여기서 신속한 상황판단과 함께 발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정확하게 알려 추측과 억측을 막아야 한다. 언론보도는 고객이 아닌 이들에까지도 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통로이자 온라인이나 SNS로 쉽게 확산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피해 최소화 하도록 정확히 대처
 
사실 A병원 같은 일들이 병원계에는 비일비재하다. 대다수의 병원들이 일단 피하려 드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삼성서울병원 홍보팀 송훈 과장은 "위기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언론을 피하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도되든 상관없다는 의미가 된다"라며 "문제가 발생했다면 완벽하게 문제를 숨기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정확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이거나 사실이 왜곡된 보도라 하더라도 무조건 기사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빨리 파악하고 공유한 다음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병원이름 삭제나 선정적인 제목의 수정, 메인 화면 노출 조정 등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막무가내로 삭제 요청만 한다면 오히려 추가적인 보도를 부추길 수 있다.
 
물론 이때는 솔직해야 한다. 진실은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다. 진실을 빨리 파악하면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여기에 평소에 기자 등과의 신뢰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다면 한결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창호 홍보팀장은 "홍보는 곧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존중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위기상황에서 진실되게 다가서지 않으면 주요 이슈가 있을 때 홍보조차 할 수 없다"고 제언했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시뮬레이션 구축 필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식품회사나 금융회사, 항공회사 등의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둔 곳이 많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매뉴얼은 일종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만드는 과정에서 연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도 홍보팀 업무에 대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위기상황이 닥치면 곧바로 회의를 진행하고 홍보팀이 초기 투입돼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언론 창구 일원화에 무게감을 두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 원장, 대변인 차원의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점에서 여러 병원들로부터 위기관리 성공사례로 꼽힐 때가 많다.
 
매뉴얼을 갖췄다 하더라도 실제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세워봐야 한다. 어떤 부서가 전담하고, 누가 공식 답변을 할지부터 선정해 둘 필요가 있다. 내부에서 우왕좌왕하면 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병원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출간한 '지속가능 경영의 절대조건 위기관리'에서는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위기관리팀을 구성하고 어떤 위기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과 단결된 힘을 발휘하기 위해 수차례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독극물이 발견됐을 경우 직원들은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관계기관에 즉시 연락을 취하고, 그들이 사태를 해결할 때까지 사무실을 폐쇄한다' 등의 간단한 것들이다. 매뉴얼대로 전부 움직일 수는 없지만, 훈련이 되어 있는 병원과 아닌 병원은 위기상황에서 차이가 크다.

원장 마인드 병원 이미지 좌우
 
홍보팀 등 실무자에서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원장 등 보직자의 마인드가 뒤따르지 않으면 위기관리가 어렵다. 실제로 부정적인 보도라면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하고, 보도가 나가면 실무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원장들이 많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위기를 키우는 사례로 이어진다. 이 문제로 갈등하던 C병원은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으면서 병원 불매운동으로까지 사태를 번지게 만들었다.
 
또한 보직자들이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고 일일이 대응하면 혼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 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홍보팀이나 대변인 차원에서 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홍보팀의 순환직을 가급적 삼가고 기자들과의 유대관계를 갖춘 전문부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부연했다.
 
개원가나 중소병원이라면 더욱 중요하다. 의료분쟁이 발생해 언론에 노출되면 한순간에 병원 이미지가 손상을 입고 병원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실제 일부 병원은 의료사고병원으로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지역사회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불만족이 발생하기 쉬운 피부과, 성형외과 역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같은 피해를 입은 기억이 있는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의료분쟁이 의사 과실이 아닐 때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제보를 하겠다며 협박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일방적인 입장에서의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병원으로선 이미지 구축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조건 쉬쉬하기가 쉬운데, 적극적인 설명과 해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네트워크병원 대표원장은 "부정적인 보도에 어설프게 대응하면 환자와의 소송 등에서 불리할 수 있고 브랜드 전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일단 돌아서서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해보고 답을 하되, 빠른 시간 안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출처 메디컬업저버 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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