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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빈이가 모기에 물린 날

하늘아래태양 2019. 9. 30. 13:37

승빈이가 모기에 물린 날

올해 9살인 둘째 승빈이는 피부 알레르기가 있다. 아내와 난 승빈이가 5살 때 처음으로 피부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기나 벌레에 물리기라도 하면 피부 알레르기가 발동(?)해 물린 부위의 피부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어린 승빈이는 잠을 자다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그 부위를 자꾸 긁어댔고, 그로 인해 2차 감염이 생기면서 또 다른 피부로 퍼져가는 형국이다. 

병원을 찾아가도 완치시키는 약이 딱히 없었던 탓에 몇 날 며칠을 아내와 교대로 밤 보초를 서가며 승빈이가 긁는 것을 막기 위해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때 이후로는 승빈이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재작년과 작년에는 모기에게 한, 두 방밖에 물리지 않아 큰 산을 쉽게 넘기도 했다. 올해 역시 노니원액 등 모기 기피제를 뿌려주며 관리를 잘 해오던 차였다.

가을이 찾아오면서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고 승빈이가 많이 자라서인지 우리 모두 잠시 방심을 했나 보다. 지난 금요일 산 아래에 있는 미술관 야외수업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그만 산모기에게 5방을 물리고 말았다. 누나인 은빈이도 2방 물렸지만, 다행히 알레르기 반응이 없어서 금방 가라앉았다. 하지만 승빈이는 다르다.

퇴근 후에 승빈이에게 냉찜질을 시켜주고, 토요일 아침에는 함께 병원도 다녀왔다. 산모기가 어찌나 센 놈인지 약을 먹어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내와 나는 몇 년 만에 밤 보초를 다시 서기로 했다. 내가 먼저 아내를 재우고 승빈이를 지키기로 했다. 함께 잠이 들었던 승빈이는 밤 1시가 가까워지자 잠결에 모기에 물린 부위를 긁기 시작했다. 승빈이의 손과 발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막으려 애썼지만 피곤한 몸과 짜증이 섞여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갑자기 야외수업을 한 미술관 관계자도 승빈이를 문 모기도 원망스러웠다. 

1시간 가까운 실랑이 끝에 제풀에 지쳐 곤하게 잠든 아들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은빈이, 승빈이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고되고 힘든 일이 참 많을텐데,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구나 싶었다. 가만히 승빈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성경말씀이 떠올랐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시편 121편 4절)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시며 우리를 지키신다는 약속의 말씀이 쉽게 잠들지 못하던 내게 위로와 평안을 주었다. 아들 모기 물린 것 때문에 하룻밤 아니 단지 몇 시간 지켜보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일이건만 나의 평생을 지키시며 보호해 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졸지도 않고 주무시지도 않고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께서 내 아버지이시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축복임이 틀림없다. 2019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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