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낸 지 꼭 10년. 그런 아들을 얘기하는 아버지 강성순(73)씨는 담담했다. “아들은 하나님 곁으로 갔지만 ‘준구메모리얼스쿨’에 입학한 어린 학생들이 배우고 자라나는 것을 보면 감사한 일입니다. 이제는 슬프지 않아요.”
청천벽력 같은 9·11 테러로 사망한 강준구(당시 35세)씨. 그를 기리는 준구메모리얼스쿨이 중남미의 최빈국 중 하나인 도미니카 공화국에 세워져 2년째 운영 중이다.
2001년 9월 11일, 준구씨는 뉴욕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WTC) 104층에 있었다. 그는 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에서 재정파트 매니저로 일하는, 월가에서 잘나가는 젊은이였다. 그날 오전 감기로 인한 고열 때문에 회사를 쉴까도 생각했던 그는 매니저라는 책임감 때문에 사무실에 나갔다. 그리고 그날 오전, 캔터 피츠제럴드(104~109층) 직원 700여명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날 알래스카 효도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들을 공항에서 집으로 모시고 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아버지 강씨는 아들이 죽은 뒤 1~2년 동안은 “마음이 숯덩이”일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5년이 넘어서까지 어둠과 고통 속에서 헤맸다. 하지만 6년째 되는 해, 학교 건립을 생각하면서 점차 몸과 마음이 평정을 되찾아갔다.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아직도 9월이 되면….”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왜 나를’(why me), 이런 생각만 했지요”라며 원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 준구메모리얼스쿨에서 교복을 입고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 150명을 보면,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은 뒤 열매를 맺게 됨을 실감한다.
강씨는 “아이들을 아주 좋아한 준구는 교회 학교에서 영어성경을 가르치고, 수요일마다 금식을 하는 등 신앙심이 아주 돈독했어요”라고 말했다. 준구씨는 나중에 돈을 벌어 자비로 선교활동을 하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뉴욕 컬럼비아 의과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고 나서, 경영학과로 진로를 바꾸었다. 젊어서 선교비용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강씨는 ‘어둠 속의 아이들을 빛으로 인도하는 일’로서 학교를 세우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기로 했다. 강씨는 열악한 교육환경에 처해있는 아프리카에 눈을 돌렸다. 그렇게 찾은 곳이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 그중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범죄와 마약에 찌든 동네였다. 이곳은 교도소를 갔다 온 사람들이 모여서 살기 시작해, 현재는 판잣집 수준의 2000여 가구가 모여 있다. 일주일에 2~3차례만 물이 공급되고, 밤에는 총소리까지 들리는 등 치안이 불안한 지역이다. 아이들 교육은 애당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강씨는 학교 건립을 위해 이곳에서 주택 6채를 지을 정도의 땅값인 6만 달러(약 6500만원)를 기금으로 내놓았다. 이 같은 뜻이 알려지자 그가 미국 이민(1981년) 이후 계속 다니던 교회(순복음뉴욕교회) 교인들도 적극 나섰다. 금방 15만 달러의 헌금이 모아졌다.
준구메모리얼스쿨은 2009년 6월 개교했다. 현재 150명이 유치원과 1~5학년 과정을 다니고 있다. 컨테이너 형태의 6개 건물로, 시설은 아직 열악하다. 다행히 아이들 교육에 열성적인 현지인 교장과 교사, 행정직원 15명이 헌신하고 있다. 모든 학교 운영은 10년 넘게 이곳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김성욱 목사가 책임지고 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이 준구씨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인도한 것”이라고 준구메모리얼스쿨의 의미를 되새겼다. 교육이 없는 지역에 ‘희망의 학교’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자 도미니카 교육당국도 관심을 보여 지원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강씨는 1년에 한 번씩 이 학교를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올해에도 오는 10월에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 번은 학교에 가서 어린 아이들의 발을 씻겨주는데, 아이들이 부모에게서도 경험하지 못한 사랑을 느끼는 것 같아 오히려 자신이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제는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고백한다.
국민일보 (20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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