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적크적)

먼저 떠난 인호를 기리며

하늘아래태양 2019. 10. 16. 09:38

먼저 떠난 인호를 기리며


서른아홉. 인호가 짧은 생을 마감했다. 
휴일에 직장동료들과 낚시를 하러 갔다가 안타깝게 사고사를 당했다. 

지난 금요일, 회사에서 일하는 중에 문자가 들어와서 오랜만에 소식 전하나보다 싶었는데...
인호의 핸드폰에 찍힌 내용은 본인의 부고 소식이었다. 아마도 가족 중 누군가 인호의 휴대폰 속 저장된 내 번호를 찾아 소식을 전했나 보다. 부고 소식에 가슴이 먹먹하고 황망했다.
그날 밤 짧게 빈소를 찾았는데, 영정사진 속 밝게 웃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인호를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7년 전이다. 학교가 끝나고 할 일이 없었던 나는 몇몇 친구들과 늦게까지 운동장에 남아 공을 찼다. 그때 한 살 어린 인호도 함께 공을 차기 시작했다. 유난히 눈이 컸던 아이였다.

우리는 동네 축구팀을 꾸려 주말에도 모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 유일한 즐거움이 공을 차는 거였던 나는 인호를 비롯해 동네 형, 친구, 동생들과 그렇게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여름 무렵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함께 공을 차던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지기 시작했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게 좋았던 나는 교회로, 공 차는 게 더 좋았던 형과 동생들은 학교 운동장으로 방향을 옮겼다. 그렇게 인호와도 멀어졌다.
가끔 동네에서 인호를 마주칠 때면 반갑게 인사하며 공 한번 같이 차자고, 밥 한번 같이 먹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 퇴근길에 우연히 인호를 마주쳤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저녁을 함께 먹었다. 술, 담배를 하는 인호를 보며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교회 한번 오라고 말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스친다.

2015년 가을, 인호의 결혼식에 참석을 했다. 카톡으로 모바일 청첩장으로 받았는데 결혼식 내내 웃으며 행복해하던 녀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후로도 1년에 한두 번씩 소식을 전하며 지냈다. 그랬던 인호가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인호의 카톡 프로필 사진 속 딸아이의 눈망울이 아빠의 눈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오늘 아침에도 잠에서 깨어 아빠를 찾을 아이를 문득 떠올리니 안타까움이 찾아온다.

아빠 없이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의 준비 없었던 이별에 한없이 가슴 아파할 인호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사람으로서는 줄 수 없는 하늘의 위로를 내려주사 다시금 일어날 힘과 용기 주시기를.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이 땅에서의 감출 수 없는 슬픔을 영원한 천국의 소망으로 바꾸어 주시기를. 그래서 잠시 후 천국에서 인호를 만날 때면 다시 한번 서로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 중 누군가에게도 부지불식간에 찾아올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피조물로 창조된 우리는, 그 누구도
창조주의 가장 크고, 가장 깊고, 가장 넓고, 가장 높은 섭리를 헤아릴 수 없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상황 속에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위대하심 앞에 무릎을 꿇는다. 엎드린다. 그저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음이 감사하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요한복음 11장 25-2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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