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적크적)

연결의 연결은 연결을 연결한다.

하늘아래태양 2017. 10. 31. 11:53

연결의 연결은 연결을 연결한다.


나는 교무실에서 그가 나에게 느닷없이 잡혀준 그 얄팍한 노트를 펴보며 첫장부터 긴장하게 됐다. 그의 싯귀들은 날카롭고 신선하다. 열댓 편 되는 시들을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건 하나의 발견이랄 수가 있었다. 그처럼이나 어줍던 그의 말솜씨와는 전연 딴판이다. 나는 이들 시 중에서 몇 편을 골라 청마 선생께 보내드렸더니 곧 간단한 독후감과 함께 「문예」에 추천을 하겠다는 전갈이 왔다. 「문예」는 그 당시의 유일한 문예지다. 나는 곧 상병을 불러 청마 선생의 뜻을 알렸더니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꾸뻑꾸뻑 나에게 몇 번이나 절을 다했다. 그 뒤로 그는 방과후 내 가방을 들고 내 집을 수시로 드나들게 됐다. 김춘수, 「그늘이 깃드는 시간」 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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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천상병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유치환에게 천상병의 시를 보내어 추천한 김춘수. 천상병의 시를 단번에 알아본 유치환. 김춘수 시인은 천상병 시인의 마산중학교 때 담임. 유치환 시인은 김춘수 시인의 고향 대선배. 연결의 연결은 연결을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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